
[스타워즈] 제국의 미학은 악을 숨기지 않는다.
제국은 처음부터 관객에게 “이들은 공포로 지배하는 자들”이라고 말하는 디자인을 입고 등장한다.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압도적인 삼각 실루엣은 화면을 짓누르는 권력의 도형이고,
데스스타는 군사시설이라기보다 행성의 형태를 한 처형 도구처럼 보인다.
스톰트루퍼의 흰 갑옷은 깨끗해서 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얼굴과 개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에 섬뜩하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제국이라는 기계에서 찍혀 나온 동일한 부품들처럼 보인다.

여기에 다스 베이더의 검은 갑옷과 망토, 호흡음, 무표정한 마스크가 더해지면 제국의 이미지는 거의 완성된다.
제국은 효율적인 군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위압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광장에 늘어선 병사, 낮게 깔리는 군악, 차가운 회색 복도, 거대한 격납고와 검은 제복은
관객이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파시즘과 독재, 처벌과 죽음을 떠올리게 만든다.

제국 장교들의 복장들마저 나치스의 그것에서 차용한 정갈함을 보여주는것도 같은 것이다.
제국의 미학은 “우리는 질서를 세운다”고 말하지만, 그 질서는 언제나 공포를 통해 증명된다.
제국의 악은 상징으로 형상화된다.

반면 [아바타]의 RDA는 훨씬 불쾌하게 현실적이다.
RDA의 미학은 “악의 제국”이 아니라 “작업 현장”에서 출발한다. 병사와 직원들은 지옥의 군단처럼 차려입지 않는다.
산소마스크, 전술조끼, 하네스, 헬멧, 작업복, 방호장비를 걸친 사람들이다.

샘슨은 악마의 전투기가 아니라 그냥 수송헬기고,
AMP 슈트는 괴수 로봇이라기보다 인간이 위험한 현장에서 버티기 위한 작업 플랫폼처럼 보인다.
죄다 시커먼 금속 색인것도 어두움과 공포의 목적보단 그저 화려한 도색이 기능상 필요없음 + 유지보수의 문제다.


브릿지헤드는 마왕성이 아니라 항만, 공장, 군사기지, 건설현장, 사무지구가 결합된 기업 식민도시다.

시드래곤과 팩토리 쉽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바다 괴물의 이름과 포식자의 형상을 갖고 있지만,
화면 속 기능은 포경선이자 처리시설이며 생산라인이다.

그래서 RDA는 제국처럼 “우리는 공포다”라고 외치지 않는다. 대신 “야 빨리 저 외계인들 조지고 퇴근해서 맥주나 빨자”고 말한다.
바로 그 점이 RDA를 더 현대적인 악으로 만든다. 제국의 병사들이 광장에 서서 행성을 협박한다면,
RDA의 직원들은 출근해서 숲을 밀고, 툴쿤을 죽이고, 성지를 파괴하는 것이 그저 그날 업무다.
그러한 디자인의 차이가 각 시리즈에는 반영되어 있다.